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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체연구회 웹툰 연수 후기
조회 13178
회원이미지유동걸
2015-08-30 22:53:16
       
웹툰, 앓을까, 알까?
 
집에 들어가니 열흘 만에 집에 들어온 고1 아들이 웹툰을 보고 있다. (엉뚱한 상상은 마시길. 열흘 동안 몽골에 가서 체스를 두고 왔으니 굳이 일컬으면 가출이지만 불량 가출은 아니니...)
 
이런 저런 인사 끝에 최은옥 선생님이 제시한 웹툰 목록을 주욱 불러 본다.(아는 척을 좀 하면서) ‘<마음의 소리>, <오빠 왔다>부터 소위 죽관(<죽음에 관하여>), <연애 혁명>, <외모지상주의>를 거쳐 강풀의 <무빙>과 사미인곡, 관동별곡 등의 공부에 도움이 될 웹툰 <조선왕조실톡>’까지
 
<미생>과 <26년> 외에 컴퓨터를 통해서 웹툰 자체를 본 적 없는 내게 웹툰 연수는 신세계로 가는 길잡이였다. ‘그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이제 웹툰도 내게는 전과 다른 매체가 되겠구나’.
 
필요성과 중요도로 보아 문학에 뒤지지 않는 소재인 매체. 국어교사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지만 모르면 괜히 뒤처진다는 자괴감에 주눅 들게 하는 매체. 이번 기회에 매체를 만나보리라, 그것도 미지의 세계인 웹툰으로. 메일을 받아본 순간 설렘을 유지하다 신청을 하고 기다린 나날. 드디에 웹툰을 만나는 날이 왔다.
 
오은영 회장님 인사.
 
갑자기 나오자 마자 ‘일어나라고 하더니 자기 말에 해당하는 사람을 앉으라’고 한다. 웹툰 제목을 몇 개 이상 아는 사람(순간 앉지 못하고 당황, 무지의 고백 같아서), 웹툰 작가를 두 명 이상 아는 사람(휴~ 앉자. 강풀과 윤태호를 모르지 않지~) 그러고도 못 앉는 사람을 위해 이쁜 사람 다 앉으시라 하니 다들 편안한 마음으로 앉는다. ‘같으면 앉아요’라는 간단한 게임으로 선생님들의 몸과 마음을 풀어준 뒤에 인사말을 하고 드디어 첫 강사를 소개한다.
 
서울 석관초 박유신 선생님의 초청강의.
이 강의를 들으면 웹툰의 세계가 열리는 줄 알았다.
 
초청 강의의 제목은 ‘이미지텔링의 역사와 현재 교육에서의 의미, 시각 문화와 내러티브 교육, 교실 수업에서의 이미지텔링’
뭐야! 웹툰은 어디가고 이미지 텔링과 내러티브. ‘무슨 박사논문 제목이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 하고 깨달음이 온다.
 
‘이미지텔링’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말을 하는 느낌이다. 비주얼스토리텔링 등 요즘 교육 방향의 대세 중의 하나인 시각과 이야기가 결합한 개념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텔링이라는 말이 떨림이라는 말로 들렸는데 이런 환청을 심어주며 강의가 시작되었다.
 
원고는 거의 30장. 박사학위급 논문이 자료집에 실려 있다. 눈으로 대충 읽으며 강의 내용을 따라가려 애를 썼다. 어렵고 지루했냐고? 천만에! 미술 전공 초등 선생님답게 아기자기와 조곤조곤과 명랑쾌활을 두루 섞어가며 미술과 국어가 만나는 융합수업, 즉 이미지와 스토리 혹은 보다 고급적인 의미의 내러티브가 어떻게 교실에서 어우러지는지를 눈이 돌아가게 펼쳐놓는다.
 
강의를 듣고 다시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애니 <프린스 앤 프린세스>와 <원피스>
 
인간 경험의 역사는 예술 경험의 역사라는 경험주의 교육학자 존 듀이의 재발견, 삶이 시간성을 일깨운 폴 리쾨르의 철학, 어디선가 이름만 들어본 월터 옹과 빌렘 풀루서와 우리가 익히 아는(실은 알지만 잘 모르는) 마샬 맥루한.
이런 고급진 개념과 학자와 이론이 난무했지만 강의는 너무 신나고 즐겁고 쉽게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신기한 이미지텔링 작품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묵화, 두루마리, 부채, 영상 등 미술과 국어의 결합, 이미지와 스토리의 결합은 그렇게 신나게 창조되었다.
 
박유신 선생님이 중간에 소개하신 요술부채같은 강의는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안그래도 요즘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거기에 이미지를 덧붙이면 어떤 교육이 가능할지를 도움받은 시간이었다. 웹툰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지만 웹툰의 뿌리가 바로 이미지텔링이라는 이야기를 풍요롭고 재미나게 들려주셔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시작된 오후, 권혁주 교수님 강의시간. 서울청강산업문화대학교 교수님이다. 만화 속 주인공 캐릭터같은 개성적인 외모. 제목은 웹툰과 이미지언어. 원고는 3쪽으로 간명했는데, 선생님들 대상 강의가 처음이라 오전 중간에 와서 강의를 같이 듣는 열성을 보여주셨다. 교사들은 현장에서 활용할 것을 원한다는 걸 알고 강의 원고와 좀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며 웹툰 자체의 세계로 교사들을 이끈다. 교수님은 웹툰 작가이기도 하신데, 전공은 철학, 대학원은 미학을 공부하셔서 철학이 담긴 만화도 그리고 계셨다. 물론 소재, 주제를 가리지는 않지만.
 
본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를 마친 강의 내용은 주로 웹툰을 둘러싼 안팎의 세계에 대한 이해였다. ‘웹툰은 만화랑 무엇이 다른가(혼자와 여럿, 공간의 차이, 무엇보다도 독자의 반응인 댓글!)’부터 시작하여 네이버가 운영하는 웹툰 공간을 중심으로 웹툰의 자금 지원과 운영 시스템, 댓글의 세계(나는 베댓<베스트 댓글>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노잼, 핵노잼이라는 말도 구어로는 처음 들어봄), 작가들의 고민, 3세대 웹툰 작가라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작가와 작품(박봉수 작 <소름>. 신기하게도 소리가 들리는 작품이나 영상처럼 움직임이 있는 작품. 효과툰을 사용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미 웹툰을 즐겨보는 분들에게는 상식일지 모르지만 나같은 초보 문외한에게는 그야말로 웹툰에 대한 기초 상식을 쌓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강의도 좋았지만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고민,
 
웹툰 작가를 지망하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그림은 못 그려도 좋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5개 이상 있는가?
우리는 흔히 그림을 고민하지만, 작가의 역량은 이야기에 있다.
<신과 함께>로 유명한 작가인 주호민 정도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과 이야기의 중요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면서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것도 오래 기억에 남고 아이들 상담에 도움이 될 듯 하다.
 
드디어 다들 기다리던 매체연구부 선생님들의 수업 이야기가 이어진다.
 
먼저 권혜령 선생님의 만화, 애니, 웹툰으로 수업하기.
교육과정 이론의 전문가답게 기초적인 고민, 국어시간에 매체를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교육과정 중심으로 풀어준다. ‘텍스트’, ‘문식력 혹은 문해력’ 이런 단어들이 그 타당성을 뒷받침해줄만 하다.
그럼 교과서와 만화, 애니, 웹툰은 어떻게 만나는가?
 
우리말 우리글의 만화 교육 사례는 추억의 소재들이다. 기억하시는가, <만화 내 사랑>. 만화를 만화로 풀어주는 만화. 그리고 <아기 공룡 둘리>에 대한 최규석 만화를 읽고 장면을 같이 이해하는 학습지.
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고 은유적 상상력을 공부하기나 애니메이션 숨은 색깔 찾기로 색채 언어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례를 들려주셨다. 그밖에 실제 만화를 활용해서 말풍선 넣기나 4컷 만화, 웹툰 활용 인물이나 서사 연구 등 다양한 방법을 자상하게 일사천리로 설명해주셨다. 아이들의 반응에 대한 소개 그리고 관동별곡 수업 시간에 활용가능한 <조선왕조실톡> 같은 꿀팁 같은 작품 소개까지. 앞 강사들의 강의 시간 때문에 좋은 내용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국어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곡 필요한만큼 들려준 명강의였다.
 
마지막 강의는 ‘웹툰 수업 활용에 관한 고찰’이라는 심오한 제목의, 그러나 강의 내용은 심오를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흥미와 도움 만점의 최은옥 선생님 강의였다.
강의하러 나오자 마자, 대뜸 자료집을 보지 말고, 책장을 넘기지 말라는 격한 명령! 놀라 이유를 들어보니 볼 것이 없다! 없다?
 
목적-설문-특징-사례를 프레지로 정리해 대표 페이지만 넣었으니 굳이 원고 볼 필요 없으므로 서로 같이 보면서 눈과 마음을 하나로 하자!
 
목적 – 웹툰 연수신청 이유부터 다양한 방법 창출까지. 목적은 오로지 재미! 우리가 엡툰 공부를 해야 하는 온갖 이유는 재미있으니까!
 
설문 –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웹툰은 아이들에게? 10프로 정도, 게임에 빠져 웹툰마저 외면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웹툰과 함께 살고 있는 현실!
 
특징 – 이미 앞에서 권혁주 교수님을 포함 다른 분들이 이야기했다. 공간, 댓글의 상호성, 스토리 등등
 
하이라이트는 수업 사례였다.
 
가. 질문 던지기 - <하루 3컷> 앞의 그림들 보여주고 상황 바꾼 뒤에 질문을 던져 상상하고 맞추기
나. 수필 – <마음의 소리> 일기, 자서전, 스토리를 웹툰으로~
다. 소설 - <무빙>, 시점을 바꿔서. 소설적 구조, 갈등 관계도 등등을 웹툰으로. 소설을 웹툰화하고 이모티콘으로 인물 심리 이해하기 등
라. 시 – 권혁주 교수님도 시를 넣은 웹툰을 그린다 했는데, 관동별곡과 술고래 <조선왕조실톡> 고전시가 활용.
마. 토론 - <외모지상주의>, <일등당첨> 외모, 학교폭력, 직업 가치관 등 다양한 주제 발굴이 무궁무진
바. 뉴스 - <송곳>, <야옹이와 흰둥이> 등 시사성 있는 만화
야옹이와 흰둥이는 주인 잃은 짐승을 의인화해서 세상 모든 알바를 뛰게 하면서 겪는...
 
웹툰의 초보에게는 아, 저런 웹툰이 있구나, 일단 꼭 찾아봐야지 하는 정도의 동기부여라도 큰 소득이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알찬 팁으로 웹툰 활용의 가능성을 듬뿍 열어준 시간이기도 했고.
최은옥 선생님의 최고 작품은 역시 마지막 페이지에 소개하신 <원더옥 –(원더우먼 플러스 최은옥) 추천 웹툰 목록>이다. ‘다이어리툰, 짤고굵은, 시사적인, 인생이란, 눈높이를, 상상력갑, 교양까지’라는 개성있는 범주로 소개한 16개 작품은 일단 웹툰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에게는 빠져들만한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단 샘이 소개하신 <만화의 이해>와 <웹툰의 시대>부터 읽어봐야겠다. 바삐 움직이는 시대, 가랑이 찢어지게 허겁지겁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가끔씩 길을 잃고 느긋이 웹툰을 즐길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엔 계발활동 시간에 웹툰 연구반이라도 만들어볼까?! 당분간 웹툰앓이를 견디기 힘들겠다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무엇보다도 이제 고1인 아들, 학교 아이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오솔길을 찾았다는 뿌듯함. 하여 이 자리를 만들어준 매체 연구회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매체연구부의 아버지는 안용순 샘, 어머니는 이영발 샘이라는 이야기를 뒤풀이 자리에서 들었다. 보이지 않는 손과 발, 부모의 마음이 이런 연수자리를 빛낸 숨은 신이었구나 싶다. 큰형같은 홍완선 선생님도. 귀한 자리 마련해주신 오은영 회장님과 매체연구부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회원이미지최은옥  2015-09-07 18:03   답글    
우와... 선생님... 다시 봐도 정말 엄청난 후기여요... ^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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