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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말 찾기]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어
조회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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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미지허재영
2011-01-07 12:33:56
  거의 두 달 가까이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여러 가지 일이 많아서 생각하고 쓸 틈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몇 가지 생각한 것들이 있는데 아직 해답을 찾지도 못한 상태에서 독자의 의견을 듣고자 짧은 글을 썼습니다.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인사도 함께 드립니다. 2011-1-7 허재영
 
 
              접두사처럼 쓰이는 말
  
우리말의 어휘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한자어가 많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말에서 한자어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기존의 통계에 따르면 7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주장도 있고 50퍼센트를 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에 나타나는 한자어는 52퍼센트 정도에 이른다.
우리말에서 한자어의 비중에 관한 논란은 국한 혼용 논쟁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논자는 한자어의 비중이 높으므로 한자를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하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자어일지라도 우리말로 바뀐 것이므로 굳이 한자를 쓰지 않더라도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 두 가지 주장은 모두 논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다.
이제 우리가 좀 더 살펴보아야 할 것은 ‘우리말 한자어의 어휘적 또는 통사적 특징’이다. <한글 맞춤법>의 제2절 두음 법칙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제10항 [붙임 2]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ㄴ’ 소리로 나더라도 두음 법칙에 따라 적는다. 예) 신-여성, 공-염불
제11항 [붙임 4]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ㄴ’ 또는 ‘ㄹ’ 소리로 나더라도 두음 법칙에 따라 적는다. 예) 역-이용
제12항 [붙임 2]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단어는 뒷말을 두음 법칙에 따라 적는다. 예) 내-내월, 상-노인, 중-노동, 비-논리적
 
이 항목에 나타난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어’란 무엇일까? ‘신-, 공-, 역-, 내-, 상-, 중-, 비-’와 같은 말들은 접두사일까 아니면 합성어를 이루는 자립 형태소일까?
<한글 맞춤법>의 규정을 따른다면 해답은 합성어를 이루는 자립 형태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어 생성 원리를 기준으로 할 때 여기에 예시한 단어들은 모두 합성어인 셈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표준 국어 대사전』의 ‘대(大)’를 살펴보자.
 
대(大-): 「접사」((일부 명사 앞에 붙어))
‘큰, 위대한, 훌륭한, 범위가 넓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대가족/대기자/대보름/대선배/대성공.
「참고 어휘」소-22(小).
 
사전에서는 ‘대-, 중-, 소-’를 접두사로 처리하였다. 따라서 ‘대-가족, 대-기자, 대-선배, 대-성공, 대-단원, 대-규모, 대-도시’와 같은 말들은 파생어로서 사전의 등재 어휘로 설정하였다. 그런데 ‘대’는 다른 명사에도 빈번하게 붙는다. 예를 들어 ‘대 만족, 대 사업’ 등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표현이다. 이들 표현에서도 ‘대’는 ‘큰’이나 ‘훌륭한’ 또는 ‘범위가 넓은’의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같은 기능을 하는 형태소가 어떤 때에는 접두사로 규정되고 어떤 때에는 자립 형태소로 규정되어 국어 생활에 혼란을 가져오게 한다. 이와 같은 혼란은 기존의 통사적인 표현이 어휘적인 표현으로 굳어져 가는 언어 변화의 원리를 고려한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언어사 원리의 기본 명제인 “어제의 통사론은 오늘의 형태론”이라는 입장에서 둘 이상의 어휘 표현인 ‘구’가 한 단어로 굳어지는 일은 고유어나 한자어 모두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글 맞춤법> 두음 법칙 조항에 들어 있는 [붙임]은 유난히 국어 생활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왜냐하면 ‘신여성, 신사고’와 같이 사전에 등재된 말은 합성어이며 ‘신 지식, 신 개념’과 같은 표현은 두 단어로 이루어진 구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접두사처럼 쓰이는’이라는 표현이 아니다. 만약 이러한 말들을 접두사로 규정한다면 이들 형태소가 붙은 말들은 파생어가 될 것이고, 자립 형태소로 규정한다면 이들 형태소가 붙은 말들은 합성어가 될 뿐 발음에서 큰 차이가 나타날 리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형태소가 붙은 말들이 한 단어를 이루는지 아니면 두 단어로 쓰이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신여성, 신사고’와 같이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말들은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하며, ‘신 지식, 신 개념’과 같은 말들은 사전에서 찾을 수 없으므로 띄어 써야 한다. 그런데 직관적으로 이것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욱이 ‘신’과 같은 말들은 웬만한 한자어 명사 앞에는 모두 올 수 있다. ‘신 인간, 신 인류’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말들은 띄어 쓰고 나면 매우 어색한 느낌도 든다.
그렇다고 한자어 ‘신’이 고유어 ‘새’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이미 어휘론자들이 충분히 증명하였듯이 뜻이 비슷하더라도 용법이 다르므로 동의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과 ‘새’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새 책: *신 책
새 건물: *신 건물
?새 인간: 신 인간
*새 인류: 신 인류
 
관형사 ‘새’와 한자어 ‘신’의 관계가 일치하지 않음은 이러한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고유어 ‘새’를 쓸 경우에는 띄어쓰기에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지만 한자어 ‘신’에서는 띄어 쓸 경우 매우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 자리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낱내 글자가 뜻을 갖는 한자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자는 개별 글자마다 뜻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띄어쓰기에 둔감한 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글은 소리글자이면서 교착되는 요소나 교착 결과로 발생한 단위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어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면(내용 면)’ 또는 ‘형식적인 면(형식 면)’의 ‘면’과 같이 한 음절의 한자어가 ‘명사+명사’의 구조를 취할 때 한 단어인지 아니면 두 단어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
규범을 만들 때 이러한 고충을 덜어내고자 ‘~처럼 쓰이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듯하나 엄밀히 말하면 한 음절 한자어가 ‘관형사’인지 아니면 합성어를 이루는 ‘어근’인지, 또는 파생어를 이루는 ‘접두사’인지 경계를 좀 더 명확히 하는 객관적인 연구가 덜 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국어에서 연구자를 괴롭히는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언어 접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한 음절 한자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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