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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말 찾기] 고양잇과 동물의 이름
조회 213
첨부파일
회원이미지허재영
2010-09-03 13:58:07
고양잇과 동물의 이름
 
                                                                                           허재영(단국대 교양학부)
 
김동인의 <붉은 산>에 등장하는 주인공 익호의 별명은 ‘삵’이다. 왜 삵인가? 김동인은 익호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익호라는 인물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촌에서는 아무도 몰랐다. 사투리를 살피면 경기 사투리인 듯하지만, 빠른 말로 재재거릴 때에는 영남 사투리가 보일 때도 있고, 싸움이라도 할 때는 서북 사투리가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런지라, 사투리로써 그의 고향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쉬운 일본말도 알고, 한문 글자도 좀 알고, 중국말은 물론 꽤 하고, 쉬운 러시아말도 할 줄 아는 점으로 보면, 이곳저곳 숱하게 돌아다닌 것은 짐작이 가지만, 그의 경력을 똑똑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여가 ○○촌(村)에 가기 1년쯤 전, 빈손으로, 이웃이라도 오듯 후닥닥 ○○촌에 나타났다 한다(생김생김을 보면 얼굴이 쥐와 같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으며, 눈에는 교활함과 독한 기운이 늘 나타나 있으며, 발록한 코에는 코털이 밖으로까지 보이도록 났고, 몸집은 작으나 민첩하게 생겼고, 나이는 스물다섯에서 사십까지 임의로 볼 수 있으며, 그 몸이나 얼굴 생김이, 어디로 보든 남에게 미움을 사고 근접하지 못할 놈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그의 장기는, 투전 잘하고, 싸움 잘 하고, 트집 잘 잡고, 칼부림 잘하고 색시에게 덤벼들기 잘하는 것이라 한다.
생김생김이 벌써 남에게 미움을 사게 생겼고, 거기다 하는 행동조차 변변치 못한 것만이라, ○○촌에서는 아무도 그를 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피하였다. 집이 없는 그였으나, 뉘 집에 잠이라도 자러 가면, 그 집 주인은 두말없이 다른 방으로 피하고, 이부자리를 준비하여 주곤 하였다. 그러면, 그는 이튿날 해가 낮아 되도록 실컷 잔 뒤에, 마치 제집에서 일어나듯이 느직이 일어나서 조반을 청하여 먹고는, 한 마디의 사례도 없이 나가 버린다. 그리고 만약 누구든 그의 이 청구에 응하지 않으면, 그는 그것을 트집으로 싸움을 시작하고, 싸움을 하면 반드시 칼부림을 하였다.
동네의 처녀들이며 젊은 여인들은, 익호가 이 동네에 들어온 뒤부터는 마음 놓고 나다니지를 못하였다. 철없이 나갔다가 봉변을 당한 사람도 몇이 있었다.
삵. 이 별명은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어느덧 ○○촌(村)에서는 익호를 익호라 부르지 않고 삵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작품에 나타나듯 고양잇과에 속하는 ‘삵’은 행동이 민첩하고 교활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삵의 표준어는 ‘살쾡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동물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살쾡이:「명사」『동물』고양잇과의 포유류. 고양이와 비슷한데 몸의 길이는 55~90cm이며, 갈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다. 꼬리는 길고 사지는 짧으며 발톱은 작고 날카롭다. 밤에 활동하고 꿩, 다람쥐, 물고기, 닭 따위를 잡아먹는다. 5월경 2~4마리의 새끼를 낳고 산림 지대의 계곡과 암석층 가까운 곳에 사는데 한국, 인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들고양이ㆍ삵ㆍ야묘02(野貓). (Felis bengalensis)
 
살쾡이의 유의어로 ‘들고양이’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한자어 ‘야묘(野猫)’를 직역한 어휘일 뿐이다. ‘야묘’를 ‘삵’으로 표현한 예는 조선 중기의 유해류에 나타난다. 1748년 사역원에서 간행한 만주어 학습서 『동문유해』에서는 ‘야묘(野猫)’를 ‘’이라고 풀이하고 만주어 ‘마라히’와 같은 말이라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야묘 = ’이므로 ‘야묘’를 번역한 ‘들고양이’와 ‘삵’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민간에서는 들고양이와 삵을 다른 개념으로 파악할 때가 많았다. 들고양이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와 달리 ‘야생의 고양이’를 지칭할 때가 많으므로 살쾡이와는 다른 뜻으로 쓰일 때가 많다.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놓여나 야생의 고양이가 될 경우 ‘들고양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였다.
‘삵’의 표준어인 ‘살쾡이’는 ‘살’과 ‘고양이’가 합쳐진 말이다. 중세 국어의 ‘살’이 ‘’인 점을 고려할 때 ‘살+고양이(괴이>괴)’는 ‘살꾀’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능성은 강원 지역 방언에서 살쾡이를 ‘삵꽹이[삭꽹이/사꽹이]’로 발음하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표준형인 ‘살쾡이(살코양이)’라는 형태가 생성된 까닭을 추론하기는 쉽지 않다. 형태상으로 볼 때에는 ‘피부’를 뜻하는 ‘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도 하다. 왜냐하면 ‘살코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피부’를 뜻하는 ‘살’의 중세 국어는 ‘살ㅎ’이었다. 그렇다면 ‘살ㅎ+고양이’가 합쳐져 ‘살쾡이’가 된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다만 이 추정은 의미상 거리가 멀기 때문에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동문유해』 이외에 ‘’이 나타나는 문헌은 1768년 몽고어 학습서인 『몽어유해』가 있다. 이 문헌에서도 ‘야묘(野猫)’를 ‘’이라고 하고 몽고어로는 ‘마라히’로 표기하였다. 그 밖의 어휘 학습서인 『역어유해』(1690, 사역원의 중국어 학습서)나 『방언유해』(1778, 홍명복의 대역 어휘집)에서는 ‘야묘’를 항목에 두지 않았다. 다만 두 책에서는 ‘묘아(猫兒)’를 ‘괴’, ‘낭묘(郞猫)’를 ‘수괴’, ‘여묘(女猫)’를 ‘암괴’, ‘화묘(花猫)’를 ‘어롱괴’, ‘표묘(豹猫)’를 ‘금괴’, ‘흑묘(黑猫)’를 ‘거믄 괴’, ‘백묘(白猫)’를 ‘셴괴’, ‘회묘(灰猫)’를 ‘괴’로 옮겼다. 여기에 나타나는 ‘괴’는 모두 ‘고양이’이다.
『동문유해』에 나타나는 고양잇과 동물 가운데 하나가 ‘사리손(猞猁猻)’으로 표기된 ‘시라손’이다. 흔히 ‘시라소니’로 알려진 이 동물의 표준어는 ‘스라소니’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스라소니’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스라소니:「명사」『동물』고양잇과의 동물. 살쾡이와 비슷한데 몸의 길이는 1미터 정도이며, 잿빛을 띤 적갈색 또는 잿빛을 띤 갈색에 짙은 반점이 있다. 앞발보다 뒷발이 길고 귀가 크고 뾰족하다. 토끼, 노루, 영양 따위를 잡아먹는데 나무를 잘 타고 헤엄을 잘 친다. 깊은 삼림에 사는데 한국 북부, 몽골, 러시아 시베리아ㆍ사할린, 중국, 중앙아시아, 북아메리카, 알프스 이북의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만연03(獌狿)ㆍ추만03(貙獌)ㆍ토표01(土豹). (Felis lynx cervaria
 
 
사전의 올림말이 ‘시라소니’가 아니라 ‘스라소니’인 까닭을 알기는 어려우나 이 동물도 오래 전부터 국어의 어휘항에 속해 있었던 말이다. ‘’과 ‘시라손’은 외형상 유사한 동물이며, 어원상으로도 깊은 관련이 있는 어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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