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   꿈꾸는교실
처음으로  
  Search
Start
Get Cookie : ASDHFASDJK_Naramal
Cookie Exist
0001-01-01 00:00

End
전국국어교사모임 바로가기



오늘방문 : 0
전체방문 : 8,426
 
 

제목
[우리말 찾기] 인간과 사람
조회 395
첨부파일
회원이미지허재영
2010-07-16 18:34:47

‘인간’과 ‘사람’

 

허재영(단국대 교양학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단어’와 ‘어휘’의 차이를 구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어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에게 단어와 어휘의 개념을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은, ‘안 되.’라는 표기는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서 ‘한글 맞춤법’의 준말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과 같다. 잘못된 쓰임만을 지적하면 ‘그렇구나.’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면, ‘국어가 왜 이렇게 어려워?’ 하고 머리를 흔든다. (참고로 단어는 ‘자립하여 뜻을 가진 최소의 언어 형식’을 말하며, ‘어휘’는 단어들의 집합을 의미함.)

 규범이 그러할진대 개별 단어의 뜻을 엄밀히 구별하여 쓰는 일은 더욱 어렵다. 간혹은 말을 해 놓고 상대방이 오해를 할 경우,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라고 항변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만큼 의미의 문제는 개별적이고 주관적일 경우가 많다.

   문여하사서벽산(問余何事栖碧山): 왜 푸른 산에 숨어 사느냐고 물으면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 웃으며 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한가롭구나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이 묘연하게 물에 떠 흐르니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별세계가 있어 속세가 아니로다.

                                    -이백(李白), ‘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의 ‘산중문답’은 과거의 선비들이나 오늘날의 학생들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법한 한시이다. 이 작품의 결구(結句)에 쓰인 ‘인간(人間)’은 ‘속세’의 뜻을 갖는다. ‘인생세간(人生世間)’의 준말인 ‘인간’이 속세의 뜻으로 쓰인 예는 조선시대의 문학 작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세’ 또는 ‘인간’은 대부분 ‘속세’의 뜻을 갖는다. 그러던 말이 차츰 ‘사람’과 유의어로 쓰이게 되었다.

  아마도 ‘인간’이 보편적으로 ‘사람’과 유의어로 쓰인 때는 근대계몽기 이후라고 생각된다. 이 시기 학문의 주된 수입처가 일본이었고, 이에 따라 같은 한자어라도 일본식 한자어로 대체되었다. ‘문학’, ‘철학’, ‘미술’ 등의 학문 용어가 수입되었고, ‘지나’, ‘법국’, ‘덕국’, ‘화성돈’ 등의 차자 어휘가 도입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쓰이던 어휘의 의미가 변화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인간’뿐만 아니라 ‘문학’은 ‘글을 배우는 것’에서 ‘정서적인 언어생활’을 의미하게 되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문학’이라는 표현보다 ‘학문(學文)’이라는 표현이 더 보편적이었음을 고려할 때 일종의 전위 현상(언어 표현 단위의 결합 순서가 바뀌는 것: ‘호상’이 ‘상호’로, ‘노소남녀’가 ‘남녀노소’로 변화하는 것 등.)도 일어난 셈이다.

 

  글을 읽을 때 시대와 사회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글쓰기는 특정 시대 또는 특정 사회에 따라 양식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어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람’이 유의어이기는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단어일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하면 ‘인간’과 ‘사람’은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다.

 

 

인간

사람

「명사」

「1」=사람「1」.

「2」사람이 사는 세상.

「3」=사람「3」.

「4」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5」『북한어』‘식구01’를 이르는 말.

명사」

「1」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인간01「1」.

「2」어떤 지역이나 시기에 태어나거나 살고 있거나 살았던 자.

「3」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 이. ≒인간01「3」.

「4」사람의 됨됨이나 성질.

 

 

  사전의 풀이를 고려하면 ‘인간 1’과 ‘인간 3’에 한하여 두 단어는 유의 관계를 이루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 문장에 나타나는 ‘세력’이라는 말을 살펴보자.

 

  時代의 進步 從야 社會 愈益 複雜고 生活은 愈益 困難니 現時의 狀態 若觀면 吾人은 반다시 心身의 諸 勢力을 同一히 伸張야 肉躰的 又 精神的 勢力을 强固케 이 可고 又 但 個人의 勢力만 强固케 이 必要  아니라 社會的 勢力, 團躰的 勢力을 强固케 이 可니 然 則 此 時 當야 人으로 야금 此 生存競爭에 應야 敗兦에 不至고 能히 其 生活에 堪能케 이 敎育上 第一의 目的을 作이 實로 間然 바가 無도다.

  (시대의 진보에 따라 사회는 점점 복잡하고 생활은 점점 곤란하니 오늘날의 상태를 관찰하면 우리들은 반드시 심신의 모든 힘을 동일하게 신장하여 육체적 또는 정신적 힘을 강하고 굳건하게 함이 필요하고, 또 다만 개인의 힘만 강고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힘, 단체적 힘을 강고케 하는 것이 필요하니 그런즉 이때를 당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이 생존경쟁에 따라 패망에 이르지 않고 능히 그 생활을 감당하게 하는 것이 교육상 제일의 목적이 됨을 실로 지적하여 비난할 바가 없다.)

         -유옥겸(1908), ≪간명교육학≫(우문관)

 

 

이 글에는 ‘세력(勢力)’이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쓰였다. ‘세력’의 사전 풀이는 다음과 같다.

 

세력: 「명사」

「1」권력이나 기세의 힘. ≒세12(勢)「1」.

「2」어떤 속성이나 힘을 가진 집단.

「3」『물리』일을 하는 데에 드는 힘.

「4」『북한어』나무나 작물 따위가 자라는 힘.

 

  그런데 ≪간명교육학≫의 ‘세력’은 사전 풀이의 어느 항목을 가져다 쓰더라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유옥겸은 ‘세(勢)’와 ‘력(力)’을 모두 ‘힘’을 의미하는 것으로 썼기 때문이다. 사전 풀이의 「1」이 ‘정치 세력’, ‘세력 다툼’ 등과 같은 집단성을 표지로 하는 데 비해 유옥겸의 ‘세력’은 개인과 집단을 가리지 않고 ‘힘’이라고 하였기 때문에 사전의 「1」도 정확한 의미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다의어의 의미 설정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된다. 간혹은 중·고등학교 심지어는 수학능력고사 문제집에서 다의어의 의미를 구분하라는 문제를 접할 때가 있다. 그런 문제를 접할 때에는 정말 전공자인 글쓴이조차 헷갈릴 때가 많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 0 / 2000자 ) ( 최대 2000자 )